지운을 불러놓고는 신명이 아무런 말도 없이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지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심심해? 심심하면 안 심심하게 일을 줘야..." "오늘!" 신명은 급하게 아무 말이나 던져 주변을 돌아보며 일거리를 물색하는 지운을 막았다. 지운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것을 멈추고 신명을 돌아보았다. "오늘?" "오늘... 그러니까..." 그저 지운과 이야...
박준희는 신명과 세림의 한 학번 아래 후배로 학년은 같은 3학년이었다. 신명은 원체 주변에 관심이 없고 학과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학교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이 몇 없었지만 전공 수업을 같이 들어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 정도는 기억했다. 그래서 준희도 이번 조모임으로 이름은 처음 알게 되었지만 얼굴 정도는 낯이 익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 그래. 전화번호... 그래... 그게 있었지. 번호부터..." 신명은 원호가 내민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었다. 원호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제 번호를 신명의 폰에 남겼다. "술은 마셔?" 원호가 무심하게 핸드폰을 재킷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물었다. 신명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한 박자 늦게 물음에 답했다. 아직도 성인이 된 원호...
오후 수업은 3학년 전공과목인 한국 중세 사회 경제사로 4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강의였다. 신명은 수업이 시작되기 십여 분 전쯤 강의실에 도착했다. 강의실에는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착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전공서를 뒤적거리며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발 늦게 강의실에 도착한 신명은 한 무리의 여학생들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명은 지운에게 왜 자신에게 이런 중요한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따져 묻거나 이러면 내가 고마워 할 줄 알았냐고 화를 내거나 반대로 미안하다거나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말로 시시비비를 따지며 지운을 피로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낼 것이다. 그것이 지금 신명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깊은 산속, 길고 낮은 휘파람...
잠시 의식을 잃었을 때 설핏 엿본 그녀의 절망과 분노, 좌절만으로도 신명은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처처럼 괴로웠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말이 가 닿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신명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리 위에서 몸을 날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 이 상황이 변하는 것은 없어도 적어도 더는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신명은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손톱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위태롭게 곡예 운전하던 신명의 차는 곧 제 페이스를 찾아 속도를 높였다. 금세 가속이 붙은 차는 경사진 산길을 거침없이 달려 올라갔다. 지운은 신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깊숙이 밟았다. 그러나 이륜구동 경차인 지늉의 차는 RPM 올라가는 소리만 요란할 뿐 사륜구동 SUV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지운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정직...
난데없는 소금 세례에 지늉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으나 지운은 개의치 않았다. 지운은 이어서 백팩에서 국내산 [유기농 국산 팥 (적두) 500g]이라고 쓰인 비닐봉지를 꺼내 지늉에게 사정없이 팥을 뿌렸다. "악! 형님! 이건 진짜!! 악! 존나! 따가! 워! 아! 파요!" 충분히 팥을 뿌린 지운은 봉투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진 뒤 백팩에서 칼 한 자루를 ...
이후로 지운은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재현했다. 새로운 테이크를 찍을 때마다 카메라를 더 흔들어 보라던가 더 깜짝 놀란 비명을 질러 보라 지시했다. 십여 회에 걸친 촬영 끝에야 지운은 쓸 만한 화면을 얻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이제 다음 거 찍자." 지늉과 용감한 토마토는 약간 지치는 기분이 들었다. 촬영에서 열외가 된 신명은 혼자 조용...
신명은 얼굴 앞에 들이밀어진 핸드폰을 거칠게 밀어냈다. 셀카봉을 들고 있던 지늉이 녹화 정지 버튼을 누르고 인상을 잔뜩 쓰면서 신명을 향해 몸을 들이댔다.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녹화라 다행이지 라방이었면 어쩔 뻔 했어요?" "아~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알바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일이 많이 서투르네요." 지운은 수석 조수에서 ...
토요일 아침 고속도로는 서울을 빠져나가 교외에서 주말을 즐기려는 차량들로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차가 꽉 막혀 거북이걸음을 하는 정도의 정체는 아니었지만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시속 50~60km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게 고작이었다. 신명은 단조로운 고속도로 길을 따라 직진만 하는 무료한 운전을 하다 조수석을 흘깃 쳐다보았다. 지운은 도서관에서 빌려...
"뭐?"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신명은 이러쿵저러쿵 말이 더 나오기 전에 자신의 잔을 비웠다. 제대로 하려면 진우의 잔을 비웠어야겠지만 진우의 잔에 입을 대기는 싫어서 제 잔에 스스로 술을 채워 한 잔을 더 마셔버렸다.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우... 우와... 신명이 너 다시 봤다." "너 재밌는 애였구나." 모두들 신명을 추켜올리며 환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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